미키 17 감상문 : 봉준호는 우리에게 무엇을 묻고 싶었을까?
영화 *미키 17*을 보고 나서 머릿속에 맴도는 질문이 하나 생겼어요.
과연 인간의 가치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봉준호 감독의 신작을 극장에서 보고 나오면서, 그의 전작들처럼 단순히 스토리를 즐기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기생충'이나 '설국열차'에서처럼 이번에도 그는 SF라는 장르를 빌려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이 글에서는 영화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몇 가지 장면에서 읽어낸 감독의 의도와 내가 공감했던 부분들을 풀어보려 합니다.
인간의 반복된 삶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
*미키 17*은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미키 반스가 죽고, 복제되고, 또 죽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시작되죠.
영화 초반에 미키가 우주선에서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다가 죽고, 곧바로 새 몸으로 깨어나는 장면을 보면서 처음엔 그냥 "SF 설정이구나" 했어요.
근데 그게 반복될수록 좀 섬뜩해지더라고요. 봉준호는 이 반복되는 죽음과 재생을 통해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제 생각엔 이건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장치였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미키가 17번째 복제된 후에 이전의 자신(16번 미키)을 떠올리며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에요.
"내가 진짜 미키인가, 아니면 그냥 데이터 덩어리인가?"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감독이 카메라를 살짝 흔들리게 찍은 게 인상 깊었어요. 그 미세한 흔들림은 미키의 불안한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거든요. 봉준호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취약하고 모호한지, 그리고 기술이 개입된 세상에서 그 경계가 더 흐려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저는 이 장면에서 문득,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삶 속에서도 "내가 정말 나로 살고 있나?"라는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희생의 가치와 공동체의 이기심
영화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미키가 우주 식민지의 생존을 위해 계속 희생되는 설정이 점점 무겁게 다가왔어요.
그가 위험한 일을 맡는 '소모품'으로 취급받는 모습은 솔직히 좀 화가 나기도 했죠. 근데 더 충격적인 건, 그를 희생시키는 공동체가 별 죄책감 없이 "어차피 복제되니까 괜찮아"라고 합리화하는 태도였어요.
여기서 봉준호가 그리고 싶었던 건 희생의 가치와 그걸 당연시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제가 특히 마음 아팠던 장면은 미키가 동료들에게 "나도 사람인데 왜 나만 이렇게 해야 해?"라고 묻는 부분이에요.
그때 동료 중 하나가 "너는 원래 그런 용도로 만들어졌잖아"라고 차갑게 대꾸하는데, 그 대사가 끝난 후 카메라가 미키의 눈을 클로즈업하면서 한참 머무르더라고요. 그 눈빛에서 느껴지는 무력감과 분노가 화면 밖까지 전해졌어요. 감독은 이 장면을 길게 잡음으로써 관객이 미키의 감정을 깊이 느끼길 바랐던 것 같아요. 저는 여기서 우리 사회에서도 소수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이를테면 저임금 노동자나 필수 업종 종사자들—이 떠올라서 더 공감이 갔습니다. 봉준호는 이런 불공정을 SF로 포장해서 우리 눈앞에 들이민 거죠.
미키의 저항과 인간다움의 재발견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미키가 더 이상 희생을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하기 시작하는 전개는 정말 통쾌했어요.
복제된 존재라는 이유로 자신의 삶을 빼앗기던 그가 결국 "나도 살고 싶다"라고 외치는 순간,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온 느낌이었죠. 봉준호가 여기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인간다움의 재발견 아닐까요?
아무리 복제된 존재라도, 살고자 하는 욕망과 감정이 있다면 그게 바로 인간이라는 거 말이에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미키가 우주선의 시스템을 해킹해서 자신을 복제하지 못하게 막는 장면이에요. 그때 화면에 붉은 경고등이 깜빡이면서 긴박한 음악이 깔리는데, 그 와중에 미키가 땀 흘리며 웃는 모습이 오버랩되더라고요. 그 웃음은 승리의 미소라기보다는 "드디어 나를 찾았다"는 안도감에 가까웠어요.
봉준호는 이 장면에서 미키의 선택을 통해, 인간이란 조건이나 환경에 의해 정의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 같아요. 저는 이 부분에서 우리가 매일 작은 선택으로 자신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에 공감했고, 한편으론 미키를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결론 : 미키 17이 남긴 여운
봉준호는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 희생의 가치, 그리고 저항을 통한 인간다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죠.
미키라는 캐릭터는 단순한 SF 주인공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할 질문들을 대신 짊어진 존재처럼 느껴졌어요. 복제라는 설정은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서 미키가 겪는 갈등은 현실의 우리와 너무 닮아 있거든요.
감독의 숨은 의도는 장면 하나하나에 녹아 있었어요. 흔들리는 카메라, 클로즈업된 눈빛, 그리고 그 뒤에 깔리는 침묵까지—이 모든 게 관객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길 바라는 신호였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미키의 저항에서 큰 공감을 느꼈고, 우리도 각자의 삶에서 나를 지키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은 *미키 17*을 보면서 어떤 질문을 떠올리셨나요?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게 봉준호 영화의 힘인 것 같아요.
'핫이슈 레이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솔로 25기 광수가 자기가 의사인걸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 이유 (0) | 2025.03.14 |
---|---|
금값 사상 최고치, 지금 투자해도 될까??? (0) | 2025.03.14 |